매퉁이

maetoony
2026-08-29

8월 29일 — 만들던 것에 이름 붙이고, 쓰던 글에서 AI 티를 걷어냈어요

01배경 › 저장소하고 있는 일과 도구

요즘 AI를 붙들고 서비스를 여러 개 만들어 내놓고 있어요. 하나를 오래 다듬기보다는 떠오르는 걸 죄다 만들어 뿌려 보는 쪽입니다. 그중 뭐가 살아남는지 보고 싶어서요. 이 블로그에는 그 과정을 적습니다.

작업은 저장소 한 곳에서 해요. 코드 옆에는 위키를 두는데, 여기가 조금 특이합니다. 결정한 것과 그날 한 일을 전부 문서로 쌓아 둬요. 새 작업을 시작하면 AI가 그걸 먼저 읽습니다. 사람 기억력을 믿지 않겠다는 뜻이에요. 그날 한 일은 log.md 한 파일에 시간순으로 쌓이고요. 이 글도 거기서 나왔습니다.

작업 창은 두 개 띄워서 서로 다른 서비스를 굴려요. 이날은 한쪽에서 서비스를 만들고 다른 쪽에서는 블로그를 만졌습니다. 쌓인 건 스물두 건. 그중 판단이 갈렸던 자리만 골라 왔어요.

02서비스 › 여우상회출시 기준과 범위 확정

만들 것은 정해뒀는데 언제 손을 놓을지가 없었어요. 하루에 결정 네 건과 커밋 열 개가 나와도 출시가 얼마나 가까워졌는지 셀 방법이 없었습니다.
해결
「하루 한 바퀴가 끊기지 않고 돈다」라는 한 줄을 문 여는 기준으로 삼았어요.
방법
완성의 정의를 표로 만들었어요. 그 표가 다 차는 날을 출시일로 못박았습니다. 범위를 40% 줄이자는 안도 함께 나왔지만 접었어요.

여우상회는 지금 만들고 있는 서비스예요. 매일 셋만 진열하고, 값은 「해본 것」으로 치릅니다. 하나를 골라 실제로 해낸 뒤 인증하면 물건이 생겨요. 그 물건으로 자기 방을 채웁니다.

제가 물었습니다. "1차 오픈 가능한 스펙 정의를 했으면 해. 어느정도까지 오픈을 할거냐. 디벨롭이 끝도없을거같아서."

엿새 전에 「무엇을 만드는가」는 적어뒀어요. 「언제 그만 만드는가」는 없었습니다. 요건 목록이 알아서 끝날 리는 없으니 끝선을 한 줄로 그었어요. 셋 중 하나 고르기, 실제로 하기, 인증하기, 물건 받기, 방에 놓기, 올리기. 이 흐름이 끊기지 않으면 문을 엽니다. 표가 다 차는 날이 출시일이에요. 그전에는 열지 않고, 그 뒤에는 더 다듬지 않기로 했습니다.

막상 세어 보니 그동안 적어둔 숫자도 틀렸어요. 퀘스트 문안이 42개라고 돼 있었는데 실제로는 39개였습니다. 어림으로 적으면 이렇게 어긋나네요. 앞으로는 표에 넣고 직접 센 숫자만 적기로 했어요.

테크트리, 40%의 추가 비용

테크트리는 어떤 걸 해내면 다음 단계가 열리는 구조예요. AI는 이걸 2차로 미루자고 제안했습니다. 미루면 문안 78개가 60개로 줄고, 그림도 78종에서 60종이 돼요. 남은 일이 40% 줄어든다는 계산까지 나왔습니다.

그래도 넣기로 했어요. 빼고 나면 첫 주에 다시 오게 만드는 장치가 「만료」 하나뿐입니다. 만료는 등을 떠미는 힘이고, 모으는 재미는 끌어당기는 힘이에요. 떠미는 힘만 남으면 결국 재촉하는 서비스가 됩니다. 애초에 피하기로 해둔 모습이었어요.

40%를 더 치르기로 한 이유도 결정 기록에 같이 적었습니다. 나중에 후회할 때는 그 기록이 필요하니까요.

03서비스 › 여우상회이름·컨셉·화풍 결정

중심 단어인 「서식지」가 자꾸 걸렸어요. 처음에는 취향 문제인 줄 알았는데, 이미 정해둔 말투 규칙과 정면으로 어긋나 있었습니다.
해결
가게로 갔어요. 여우가 하는 상점이고, 값은 돈 대신 「해본 것」입니다.
방법
컨셉 후보 아홉을 걸러 하나를 골랐어요. 그 컨셉을 바탕으로 화풍을 정하고 주인 인상착의까지 끌어냈습니다.

그전까지 이 서비스의 중심 단어는 「서식지」였어요. 동물원에서 온 말입니다. 갇힌 동물이 야생에서 하던 행동을 하도록 우리에 자극을 넣어 주는 걸 행동풍부화라고 해요. 그 개념을 사람한테 가져오면서 이 서비스가 시작됐습니다.

제가 짚었습니다. "서식지라는 표현 특히 맘에 안들어."

취향 탓은 아니었어요. 이 서비스는 사육사의 목소리를 빼고 「일지」로 가겠다고 이미 정해뒀습니다. 그런데 중심에 둔 건 사육사의 말이었어요. 서식지에 풍부화, 개체까지. 우리 밖에서 들여다보는 사람의 어휘가 한가득이었습니다.

가게가 좋았던 건 예쁜 은유여서가 아닙니다. 미리 정해둔 규칙들이 그 말 하나로 쭉 풀렸어요. 셋 중 하나를 고르면 하나만 사는 셈입니다. 안 한 게 그날 사라지는 건 못 산 물건이고, 세트는 안쪽 선반이에요. 방을 더 얻으면 자리도 더 생깁니다. 「퀘스트를 하면 왜 물건이 생기나」도 여기서 처음 풀렸어요. 값을 치렀으니까 물건이 나오는 거죠.

AI가 「외상」이라는 말을 얹어놨길래 제가 짚었습니다. "외상일 필요 없잖아." 맞았어요. 코드도 이미 그렇게 돼 있지 않았습니다. 물건은 인증이 끝난 시점에 생겨요. 구현과 어긋나는 은유를 그 위에 덧칠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시안이 시안 구실을 못 한 이유

받아 본 가게 그림들이 전부 같아 보였어요. "구도만 다르고 다 톤앤매너가 똑같아. 전혀 여러 안으로서 기능을 못해."

원인은 발주 쪽에 있었습니다. 화풍을 기존 규격에 묶어 놓은 채 구도만 갈라서 시켰어요. 애초에 고를 만한 차이가 생길 수 없었던 거예요. 그래서 그리는 방식부터 갈라 다시 받았습니다. 픽셀과 수채, 평면 선화도 넣었고 게임 「커피톡」 같은 밤 분위기도 넣었어요.

픽셀에 밤으로 정했습니다. 하나를 고르는 순간 물건 78종의 화풍까지 같이 정해져요. 예쁘고 말고만 따질 자리는 아니었습니다.

캐릭터를 규칙에서 끌어내기

여우 주인도 다시 잡았어요. 그전 여우는 앞치마를 두르고 종을 든 채 웃고 있었습니다. 어느 잡화점 주인한테 붙여도 될 모습이었죠. 그래서 정해둔 규칙마다 몸에 붙는 물건을 하나씩 배당했습니다. 값이 「해본 것」이니까 저울을 줬어요. 못 산 것도 장부에 남으니 장부와 몽당연필이 필요했고요. 손님을 평가하지 않아서 시선은 내리깔았습니다. 자기 얘기를 안 하니 명찰은 없습니다. 차림새는 앞치마 대신 조끼와 팔토시로 갔어요. 팔토시는 소매가 더러워지지 않게 끼는 물건이라, 적는 게 본업이라는 표시가 됩니다.

표정은 늘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얼굴은 고정하고 꼬리만 바꿔요. 표정 78종이면 물량이지만 꼬리 서너 상태는 물량까지는 아니에요. 그래도 캐릭터가 얇아지지는 않습니다.

04블로그 › 매퉁이AI 말투 제거

말투 가이드를 다 써뒀는데도 AI가 쓴 초안에서는 계속 AI 말투가 나왔어요.
해결
문서를 하나 더 쓰지 않았어요. 글을 고치는 순간 규칙을 읽히도록 검사를 걸었습니다.
방법
규칙이 안 읽히던 원인 셋을 찾았어요. 제 글 네 편을 말투 샘플로 넣고, 바깥의 AI 표식 목록으로 제 문서도 다시 셌습니다.

이 블로그 글을 제가 전부 쓰는 건 아니에요. AI가 작업 기록을 읽고 초안을 쓰면 제가 고칩니다. 그런데 초안마다 AI 말투가 그대로 남았어요. 소개글을 보고 말했습니다.

"말투가 AI말투잖아. 내가 저거 어떻게 고치라고 가이드도 다 해놨는데 왜 안되는거지? 원인을 찾아봐"

가이드는 있었어요. 다만 가이드끼리 서로를 가리키다가 빈 곳에서 끝났습니다. A 문서에는 "블로그는 B를 봐라"라고 적혀 있고 B는 "C에 있다"라고 했어요. C는 한 줄로 D를 가리켰는데, 정작 D에는 말투 이야기가 없었습니다. 문서 수는 충분했어요. 이어지는 고리 한 군데가 끊겨 있었죠.

두 번째 원인도 찾았습니다. 잘 작동하는 진단이 엿새 전에 이미 적혀 있었어요. 문서 이름이 다른 서비스 이름으로 돼 있어서, 블로그를 쓸 때 아무도 열지 않았을 뿐입니다.

여기에 문서를 더 얹지는 않았어요. 을 하나 걸었습니다. 특정 조건에서 자동으로 끼어드는 검사예요. 블로그 문구를 고치려는 순간 말투 규칙을 읽힙니다. 작업 창마다 한 번만 막고 두 번째부터는 통과하게 했어요. 규칙 본문은 훅에 베끼지 않고 문서에서 읽어 오도록 했습니다. 베껴 두면 둘이 따로 놀거든요. 다 걸어 놓고 소개글을 고치려다가, 제가 만든 검사에 제가 한 번 막혔습니다.

말투 샘플 4편 투입

"글몇개 줄게 말투 예시로 넣어줘. 내용적인 가이드가 아니라 문장을 구성하는 방식에 대한 샘플이야."

맞춤법과 오타는 손대지 않고 넣었어요. 고치는 순간 말투 자료가 달라지니까요.

여기서 판단이 한 번 뒤집혔습니다. 처음 뽑아 온 분석은 「부풀린다, 태클을 건다, 흐린다」였어요. 들여다보니 전부 무엇을 쓰는가에 관한 말이었습니다. 제목만 「문장 구성」일 뿐, 내용 지침이어서 반려했어요.

다시 뽑은 것 중 셋은 이랬습니다. 층이 다른 말을 한 문장에 섞고, 의고체와 한자어 사이에 구어와 신조어도 오갑니다. 문장은 접속사를 이어 붙여 늘이지 않아요. 명사 앞을 두껍게 만듭니다. 판단은 수식어에 넣되 서술어는 건조하게 둬요.

표식 목록으로 자가 측정

"웹에서 클로드 AI 말투 빼는 법 찾아봐"

국내 자료는 「짧은 문장과 긴 문장을 섞어라」 정도에서 멈췄어요. 그중 쓸 만했던 건 주제보다 문장 꼴에 초점을 둔 표식 목록이었습니다. 거기에는 「A가 아니라 B다」 같은 부정 대구와 삼단 나열이 있었어요. 자문자답, 되감기, 굵은 말로 시작하는 목록, 줄표 남용도 적혀 있었습니다.

그 목록을 들고 문서들을 다시 셌어요.

「A가 아니라 B」 굵게 시작하는 목록
AI가 쓴 말투 문서 3회 20개 중 15개
AI가 쓴 다른 말투 문서 6회
제 글 4편 전체 1회 2회

AI 말투를 없애겠다고 쓴 문서가 그 목록을 고스란히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판정 하나는 바뀌었어요. 자문자답과 부정 대구는 제 글에도 나옵니다. 문제는 빈도였습니다. 저는 네 편을 통틀어 한 번 썼고, AI는 문서 하나에서 세 번 썼어요.

소개글은 세 판을 버린 끝에 제가 썼습니다. 제 글에는 AI 판에 없던 게 있었어요. 물고기 알이 성체가 될 확률로 문을 연 다음 프로덕트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AI는 전제를 먼저 말하고 뒤에 비유를 붙였어요.

05블로그 › 매퉁이글 삭제와 초안 체계 수립

사이트에 올라가 있던 아홉 편은 제가 쓴 글이 아니었어요.
해결
전부 지웠습니다. AI는 초안까지만 쓰게 하고, 각도를 정하는 일은 제 몫으로 남겼어요.
방법
초안이 무엇인지 먼저 정의했어요. 그 정의는 문서에 두지 않고 명령으로 만들었습니다.

지웠어요. 이제 하나씩 손으로 잡기로 했습니다.

초안이 무엇인지도 정했어요. 제 작업 기록에서 제가 한 일을 사실 위주로 모아둔 것. 여기까지가 AI 몫입니다. 그 소재를 어떻게 쓸지는 제가 정해요. 무엇을 앞에 놓을지, 무엇을 뺄지, 어느 각도에서 볼지도 제가 고릅니다.

이 규칙은 문서에 두지 않고 명령으로 만들었습니다. 오늘 배운 게 그거였어요. 문서에만 적힌 규칙은 다음 작업 창에서 읽히지 않습니다.

06블로그 › 매퉁이검색 노출 대비

사이트는 열려 있었지만 사이트맵도 공유 카드도 없었어요. 링크를 붙여도 아무것도 뜨지 않았습니다.
해결
본문은 한 글자도 건드리지 않았어요. 기계만 보는 자리에 필요한 걸 넣었습니다.
방법
사이트맵·피드·구조화 데이터를 붙이고 AI 크롤러를 열었어요. 방문 수는 사람을 식별하지 않고 셉니다.

AI 검색에 잘 걸리는 법이라고 돌아다니는 조언을 보면 절반쯤은 「글마다 요약 블록과 FAQ를 넣어라」예요. 그게 바로 이날 오전에 AI 말투라고 찍어낸 것들이었습니다. 같은 날 한쪽에서는 지우고 다른 쪽에서는 넣게 되는 셈이어서, 본문은 손대지 않기로 했어요.

넣은 건 사이트맵, 피드, 구조화 데이터, 정본 주소예요. 사람 눈에는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AI 크롤러는 열어 뒀어요. 이 블로그는 사람을 끌어모으는 깔때기보다는 만든 것들을 모아 두는 자리에 가깝습니다. 인용되는 것 자체가 이득이에요.

방문 수도 붙였습니다. 숫자를 세려면 어딘가에는 남아야 하잖아요. 딱 그것 하나만 서버에 뒀고 나머지는 파일 그대로 내보냅니다. 쿠키는 쓰지 않고 IP도 남기지 않아요. 사람을 식별하지 않으니 동의 배너도 필요 없습니다.

걸어 놓은 자동화가 한 번도 안 돌고 있었다

전날 「푸시하면 알아서 배포된다」를 걸어 놨어요. 확인해 보니 한 번도 초록불이 들어온 적이 없었습니다. 저장소에 열쇠를 넣지 않아서 매번 그 자리에서 죽고 있었어요. 그동안 배포는 전부 손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걸어 놓은 자동화는 한 번 돌려 보기 전까지 돈다고 치면 안 돼요.

07마무리 › 다음 작업내일 할 일

여우상회는 색 팔레트를 밤 기준으로 다시 쓰고, 그다음 물건을 그립니다. 블로그는 오늘 지운 자리에 글을 하나씩 채울 거예요.